고민상담 게시끈
6년 뒤 교수님 정년퇴임, 굳어버린 동력계, 과제 0개. 통합 신입생의 현실과 고민입니다.
숭실대학교
익명의 끈2026. 06. 04. 20:22안녕하세요.
작년 5월 첫 컨택을 시작으로 7월부터 10월까지 3번의 면담을 거쳐, 올해 3월 기계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신입생으로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입학 당시 서카포, 연세대 송도, 한양대 본캠 통합과정에 모두 지원했었으나, 유일하게 긍정적 확답을 준 곳이 지금의 연구실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통합과정 진학'을 조건으로 입학을 도와주셨기에 제 목표는 확고했습니다.
교수님의 정년퇴임이 6년 남은 상황이니, 6년 안에 무조건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입학 후 마주한 현실은 이상과 괴리가 컸습니다.
학과 규정상 1년 차에는 학비 지원이 안 되어 한국장학재단 대출로 첫 학기 등록금을 납부했고, 학과에서 나오는 학기별 활동비는 400만 원 선입니다만, 저는 규정으로 인해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내년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통근길을 오가며 보통 08시 40분에 출근해 22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 14시간의 교내 행정 근로(조교)를 쪼개어(월 09:30~12:00 / 수 09:00~17:00 / 목 09:00~14:30) 8월까지 소화해야 하며, 이번 학기 3개의 코스워크(월 15:00~18:00 / 금 07:30~09:20 / 토 12:00~15:00)에 이어 다음 학기에는 4개를 수강할 계획입니다.
저희 교수님은 출퇴근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추구하시며, 일명 '야매'로 연구와 활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대쪽 같은 분이십니다.
지도 방식은 훌륭하시지만, 진짜 문제는 연구실의 인프라와 재정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다고 판단되는 점입니다.
현재 연구실은 금년 졸업 예정인 석사(학/석사 연계 과정 2명, 8년 동안 사회에서 근무 후 작년에 석사 과정으로 입학한 선배 등) 과정 6명과 박사(자동차 회사 연구직) 과정 1명 등 8명이 전부입니다.
내년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석사, 박사 선생님이 각각 1명씩 들어올 예정이지만, 타대 랩실과 비교하면 규모나 지원 금액 모두 턱없이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직장 생활을 8년 하다가 작년에 석사로 입학하신 선배 한 분이 제게 "여기선 석사만 마치고 박사는 무조건 다른 곳으로 나가라"며 뼈아픈 현실 조언을 건네시기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랩실에 있는 차량 동력계를 활용해 '회생제동의 다양한 방식'을 연구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3월 말부터 연구실 안전관리자 업무를 맡아 장비를 뜯어보니, 마지막 검사일이 2007년 6월이었습니다.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교수님께서는 이 장비에 관심을 끊으신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장비가 구동되어야 실험을 진행할 텐데, 현재 차량 동력계에 사용하는 CAN-talker 같은 작은 부품을 제 손으로 직접 A/S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주일 넘게 정비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 고물 장비를 고쳐놓고 실험 준비까지 마치는 게 제 1차 목표가 되어버린 상황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더 절망적인 건 연구실의 펀딩 상태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교수님, 연구실 출신 박사 선배께서 함께 제안서를 쓴 과제만 3개 이상인데 전부 탈락했습니다.
현재 기업이나 연구소와 협업 중인 수탁 과제는 단 '0개'입니다.
연구실 내부의 인간관계에서도 지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명 랩짱인 석사 선배(시간 효율을 극도로 추구하는 성향)가 박사 선배에게 무언가를 여쭤봐 달라고 부탁할 때가 있습니다.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다가 박사 선배에게 모진 소리를 듣거나 욕을 먹는 건 제 몫입니다.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석사 선배에겐 그저 "박사 선배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덤덤하게 전달할 뿐입니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활동은 '회생제동의 다양한 방식'에 대한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최신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제 진짜 연구 주제를 확정 짓는 일입니다.
하지만 낡은 장비 정비와 과제 수주 실패, 랩실 내부의 묘한 관계 속에서 제 소중한 시간들이 야금야금 갉아먹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현재 제가 마주한 가차 없는 현실입니다.
장비 A/S를 끝내고 실험 세팅을 무작정 달리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교수님께 면담을 청해 굴러가지도 않는 장비 대신 시뮬레이션(연구실 내에 Amesim 라이센스를 갖고 있습니다.)이나 다른 방향으로 플랜 B를 짜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선배 말대로 석사 타이틀만 따고 타대 박사로 탈출하는 게 지혜로운 걸까요.
신세 한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마음이 너무 복잡해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비판이든, 냉정한 팩트 폭행이든, 추천이든 가방끈 선배님들의 가감 없는 의견을 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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